AI 혁명,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 1부

 


제1부

빅테크는 왜 천문학적인 돈을 AI에 쏟아붓는가

1990년대 초반, 미국에 이민을 와 몇 해 지날 무렵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끼리 연결된다고 그게 돈이 되겠어?"

그때 인터넷은 전화선을 이용해 이메일을 보내고, 몇 장의 사진을 주고받는 정도의 신기한 기술이었다.

그 시절 누군가 "앞으로 인터넷이 은행을 바꾸고, 신문을 바꾸고, 방송을 바꾸고, 학교를 바꾸고, 쇼핑을 바꾸고, 인간의 삶 자체를 바꿀 것이다."라고 말했다면 아마도 허황된 공상으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이 없이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음을 안다.

인터넷은 하나의 산업이 아니었다.

인류 문명의 기반 자체를 바꾸는 운영체제였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똑같은 질문을 AI에게 던지고 있다.

"도대체 저 많은 돈을 어떻게 회수하려는 거지?"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AI에 투자되는 돈의 규모는 이미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수백억 달러는 놀랍지도 않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원자력 발전소 계약이 논의되고, 전 세계의 GPU와 HBM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빅테크 기업들은 월 20~30달러짜리 AI 구독료를 받기 위해 이런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일까. 나는 도무지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속성이 궁금한 것을 못 견뎌하는, 그래서 전자제품이든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출시될 때마다 얼리아답터(Early Adopter)를 자처하는 나는 이미 3 가지 AI 챗봇을 사용 중이기는 하다. 

그러나 써보면 써 볼수록 빅태크 기업 오너들이 그 많은 돈을 투자할 때는 이까짓 몇 푼 않되는 구독료를 받자고  무모한 결정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궁금하기만 하다.

오히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생성형 AI는 거대한 혁명의 '첫 화면'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챗봇을 보고 있지만, 빅테크는 문명의 운영체제를 보고 있는 것이다.


AI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노동력이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신한 사건이었다.

증기기관은 사람보다 오래 일했고, 크레인은 사람보다 무거운 것을 들었으며, 컨베이어벨트는 사람보다 빠르게 공장을 움직였다.

AI 혁명은 조금 다르다.

이번에는 육체가 아니라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신하려 한다.

회계사가 며칠 동안 검토할 재무자료를 몇 분 만에 분석하고, 변호사가 밤새 작성할 계약서를 초안으로 만들며, 프로그래머가 며칠 동안 찾을 버그를 순식간에 찾아낸다.

이것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디지털 노동력'이다.

기업이 AI에 돈을 지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 사용료를 내고 챗봇과 대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직원 수십 명, 수백 명이 하던 일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오래 수행하는 새로운 노동력을 얻기 위해서다.

AI는 소프트웨어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지식노동 시장을 향해 가고 있다.

구독료는 빙산의 일각이다

많은 사람들은 AI 기업의 수익모델을 구독료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빙산의 수면 위에 보이는 작은 조각일 뿐이다.

진짜 시장은 기업이다.

AI가 한 기업의 회계팀과 법무팀, 고객지원팀, 연구개발팀을 동시에 보조할 수 있다면, 기업은 월 수십 달러가 아니라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도 고려할 수 있다.

더 나아가 AI는 검색을 바꾸고, 광고를 바꾸고, 쇼핑을 바꾸고, 의료를 바꾸고, 교육을 바꾸고, 제조업까지 바꾸려 한다.

빅테크가 투자하는 대상은 '챗봇'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인 셈이다.

왜 모두가 GPU를 사들이는가

AI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은 모델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AI는 공기처럼 저절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AI는 막대한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연산 능력은 GPU, HBM 메모리, 첨단 패키징, 데이터센터, 그리고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 AI 경쟁은 동시에 반도체 경쟁이며, 전력 경쟁이고, 인프라 경쟁이 되었다.

금광에서 가장 먼저 돈을 버는 사람이 금을 캐는 사람이 아니라 삽을 파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AI 시대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AI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보다 그 기반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먼저 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는 거품인가

이 질문에는 단순한 대답이 없다.

나는 AI 산업 안에는 분명히 거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원천 기술도 없고, 독점 데이터도 없으며, 기존 AI 모델 위에 보기 좋은 화면만 덧씌운 기업들은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닷컴 버블이 꺼졌다고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AI 버블이 조정받더라도 AI 혁명 자체가 끝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주인공은 바뀔 것이다.

다음 질문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만약 AI가 정말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반도체만 잘 만들면 되는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국가 전략이 필요한가.

그 답은 다음 이야기에서 함께 살펴보려 한다.

(제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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