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맞은 예측이 맞아버렸다

 


이재명 지지율 30%대, 더 무서운 것은 그다음이다

안타깝게도 내 방정맞은 지레짐작이 맞아버렸다.

물론 나만 그런 예측을 한 것은 아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여러 유튜버와 정치평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걱정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대로 가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괜히 불길한 말을 입에 올린 것 같아 ‘방정맞았다’는 자괴감도 없지 않았다. 지지하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미리 떠들어댔으니, 맞히고도 기분 좋을 리 없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지난 한 주 동안 대통령실과 민주당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되짚어보니 이제 ‘방정맞다’는 자책은 지워도 될 것 같다.

무슨 대단한 예지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돌팔이 점쟁이라도 능히 짐작하고 남을 일이었다.

문제의 원인은 그대로인데 처방은 엉뚱한 곳을 향했고, 지지층이 보내는 경고를 읽기는커녕 새로운 정치공학과 홍보전략이 덧붙었다.

그 결과 지지율은 다시 떨어졌다.

그러므로 이제 물어야 할 것은 ‘왜 지지율이 떨어졌는가’가 아니다.

왜 대통령과 집권당은 자기편 사람들이 왜 손을 내리고 있는지를 아직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가.

나는 그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떠난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나는 지난 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서 사라진 지지자들이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국민의힘으로 갔는가.

민주당을 버렸는가.

아니면 정치 자체를 포기했는가.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들었던 손만 내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단순한 좌우 이동과 전혀 다른 현상이다.

민주당이라는 정치적 기반은 버리지 않았지만 대통령에게 주었던 적극적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이 김민석 체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과 연결돼 있다고 본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호남이다.

호남에서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는 현상을 단순한 지역별 등락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호남은 민주당이 어려울 때마다 마지막까지 당을 떠받쳐온 전통적 지지기반이다. 이곳에서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정치적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대통령 개인의 지지율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자신의 존립기반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호남 메가프로젝트마저 구체적인 성과와 일정이 보이지 않아 지역민들에게 ‘또 약속뿐인가’라는 의구심을 키우게 된다면 정치적 실망과 지역적 실망이 한꺼번에 겹칠 수도 있다.

그때의 민심이 어디까지 움직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재명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힘의 정체를 착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크게 잘못 읽고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힘의 정체다.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든 핵심 지지층은 이재명이라는 한 인간이 너무나 특출해서 그를 대통령으로 옹립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근원적인 힘이 있었다.

윤석열 정권을 거치며 벌어진 민주주의와 역사의 퇴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원초적인 저항이었다.

그들은 이재명이라는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 퇴행을 되돌리고 다시 앞으로 가라는 임무를 맡긴 것이다.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것도 그래서였고, 사법개혁을 외쳤던 것도 그래서였으며, 내란의 잔재와 권력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목적이 이재명이었던 것이 아니다.

역사적 퇴행을 되돌리기 위해 선택된 사람이 이재명이었다.

이 차이를 대통령이 잊는 순간 모든 것이 뒤틀린다.

“왼쪽을 더 챙겨야겠다”는 말이 왜 위험했는가

나는 여러 차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한 말을 다시 떠올린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해야 할 말만 하면 된다.

그런데 말을 계속 보태다 보면 설명이 붙고, 변명이 붙고, 비유가 붙고, 농담이 붙는다. 그러다가 준비된 연설문이라면 걸러졌을 평소의 인식과 말버릇이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온다.

나는 “왼쪽을 더 챙겨야겠다”는 발언도 그런 종류의 말이었다고 본다.

왜 ‘챙긴다’는 말인가.

그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무엇을 달라고 했던가.

자리 하나 더 달라고 했는가.

예산을 더 달라고 했는가.

특별대우를 요구했는가.

아니다.

그 표현에는 의도했든 아니든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나뉜다.

“네가 좀 섭섭했구나. 앞으로는 네 몫도 조금 더 챙겨주마.”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섭섭해서 떠난 것이 아니다.

당신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했어야 할 말은 “왼쪽을 더 챙기겠다”가 아니었다.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고 약속했는지 다시 돌아보겠다.”

그것이어야 했다.

전당대회가 끝났는데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김민석 체제와 만난다.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 내부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신천지 개입설을 비롯한 각종 논란과 선거운동의 공정성을 둘러싼 의혹이 난무했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더 위험한 것은 상당수 당원이 김민석을 당대표로 만드는 과정에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시했다고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정치적 현실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민석의 문제가 김민석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김민석이 잘못하면 질문은 대통령에게 올라간다.

“왜 저 사람을 당대표로 만들려고 했는가.”

“왜 지금도 저 체제를 용인하는가.”

그래서 김민석에 대한 거부가 이재명에 대한 거부로 투영되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 가운데 바로 이 대목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이종원만 조사할 것인가

그러던 차에 김민석 대표가 시사타파TV 이종원 대표에 대한 긴급감찰을 지시했다.

이종원이 전당대회 국민여론조사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실제와 다른 지역이나 연령으로 응답하도록 유도하는 취지의 행동을 했다는 문제가 제기돼 있다.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조사하면 된다.

잘못했다면 징계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종원 측에 제보됐다는 김민석 후보 측 현역 의원들의 선거운동 의혹도 똑같이 조사해야 한다.

한쪽은 긴급감찰하고 다른 한쪽은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그것을 어떻게 공정한 윤리감찰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더구나 이번 전당대회의 직접 당사자였던 사람이 지금의 당대표다.

그러므로 김민석 대표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불공정 선거운동 의혹을 예외 없이 조사하라.”

그랬다면 박수칠 일이다.

그런데 자신과 정치적으로 충돌했던 특정인의 이름부터 찍어 긴급감찰과 긴급징계를 거론한다면 보복이라는 의심을 스스로 불러들이게 된다.

나는 이것을 신판 독재 흉내내기라고 비판하고 싶다.

독재에 맞서 싸웠다는 과거가 오늘의 민주주의를 보증해주는 면허증은 아니다.

권력을 잡은 뒤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진짜 시험이다.

이종원을 조사하겠는가.

좋다.

그렇다면 당신 편도 조사하라.

그 순간 김민석은 일개 유튜버와 급이 같아지는 것도 각오해야 된다.

민주당이 지켜야 할 것은 김민석의 권위가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 앞에 붙어 있는 ‘민주’ 두 글자다.

민주당TV — 여론을 얻으려는 것인가, 가지려는 것인가

나는 민주당TV 문제도 같은 연장선에서 본다.

정당이 자체 방송을 만드는 것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을 하기 위한 방송이냐는 것이다.

뉴스공장과 매불쇼를 비롯한 기존 진보 미디어는 민주당이 만든 방송이 아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가 듣고, 공감하고, 때로는 비판하면서 오랜 시간 하나의 정치적 공론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자체 방송을 만들고 대통령실 역시 직접 영상 소통을 강화하면서 기존 진보 미디어가 가지고 있던 의제설정과 해석의 영향력을 당과 권력의 중심으로 가져오려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면 나는 그것을 단순한 홍보전략으로만 읽기 어렵다.

민주당TV가 실제 방송을 시작한 뒤 기존 진보 미디어와 보완관계를 만들지, 경쟁관계를 만들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만약 뉴스공장과 같은 시간대에 정면으로 경쟁하고, 기존 진보 미디어의 청취층을 당 공식채널로 옮겨오는 것을 성공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다.

뉴스공장 청취자 10만 명을 민주당TV로 데려오면 민주당 지지자가 10만 명 늘어나는가.

아니다.

어제까지 같은 편이었던 사람 10만 명의 자리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놓은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남은 사람들이 김민석 지도부에 적대감을 갖게 된다면 오히려 정치적 자산을 잃은 것이다.

정치에서 가장 어리석은 승리는 자기편을 상대로 거둔 승리다.

더구나 그 과정에 대통령의 묵인이나 의중이 있다는 인식까지 굳어진다면 김민석에 대한 반감은 다시 대통령에게 역류한다.

이것이 내가 민주당TV를 단순한 유튜브 채널 하나의 출범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여론은 소유할 수 없다

정부는 설명할 수 있다.

정당은 설득할 수 있다.

대통령은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떤 해석을 받아들일 것인지까지 권력이 결정할 수는 없다.

여론을 얻는 것과 여론을 소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자유사회에서 여론을 얻는 방법은 설득이다.

권력이 그 선을 넘어 여론을 통제하려 하면 결국 압력과 강제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제도화된 극단의 끝에 독재가 있다.

나는 지금 이재명 정부가 독재를 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방향으로 읽힐 만한 어리석은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다.

윤석열 시대의 권력집중과 역사적 퇴행에 저항해서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집권당이 이번에는 진보진영 내부의 여론주도권까지 직접 쥐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이보다 기막힌 역설이 어디 있겠는가.

중도확장? 먼저 집부터 지켜라

그리고 이 와중에 ‘중도확장’을 말한다.

중도를 얻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하는 정당이 중도를 설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기 집을 부수면서 마당을 넓히는 것을 확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민주당은 지난 대선의 승리를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1997년 외환위기는 보수집권의 경제적 권위를 무너뜨리며 정권교체의 거대한 계기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와 탄핵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급기야 비상계엄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사태까지 벌어졌다.

물론 민주진영의 집권을 언제나 보수정권의 자멸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도 상대편이 또 그렇게 스스로 무너져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음에는 훨씬 정상적이고 영리한 보수 후보가 나올 수 있다.

경제와 민생을 말하고 극단적 언행을 피하면서 중도보수의 얼굴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민주당이 믿어야 할 것은 결국 자기 기반이다.

호남이다.

당원이다.

개혁을 요구했던 시민이다.

윤석열 시대의 역사적 퇴행에 저항했던 사람들이다.

그 기반을 단단하게 결집시킨 다음 중도를 설득해야 한다.

결집하고 확장하는 것이지, 해체하고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열성 지지자 한 사람은 여론조사의 한 표로 끝나지 않는다.

투표하고, 후원하고, 가족을 설득하고, 당원이 되고, 위기가 오면 행동한다.

그런 사람 하나를 잃고 정치에 별 관심 없는 중도층 한 사람을 데려왔다고 1 대 1이라고 계산한다면 선거정치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집 안의 기둥을 뽑아 장작으로 태우면서 대문을 넓히는 것은 확장이 아니다.

집을 허무는 것이다.

다음 하락부터는 다른 국면이다

그래서 나는 38.9%가 바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조사에서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한 주 반등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에는 언제나 등락이 있다.

그러나 같은 흐름이 계속돼 30%대 중반으로 접근한다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엄일하게 말하자면, 38.9%를 떠받치고 있는 이번 지지율은 호남을 전국평준화 시켜놓고 본다면  이미 30%대 중반 아래로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이래로 늘 소외되고 차순위에 머물러있던 호남이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힘입어 이재명정부에 힘을 몰아주고 있을 뿐이다.

이런 판국에 야당이 5.18로 물타기하고, 메가프로젝트의 편파성을 들먹이며 분탕질을 치는 통에 군공한 이전 문제 같은 변수에 발목이라도 잡히는 날이면 지지율은 30%대 초반도 지탱하기 힘들 것이다.

정치권은 숫자가 아니라 추세를 읽기 시작한다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밀리면 야당은 ‘레임덕’을 외치며 전열을 정비할 것이다.

관료사회도 대통령의 정치적 힘을 계산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당 정치인 역시 자신의 다음 선거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레임덕은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 사라지는 날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대통령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믿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싹튼다.

더 큰 문제는 그때 대통령을 지켜야 할 집권여당이 지금처럼 갈라져 있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밖에서는 야당이 흔든다.

안에서는 지지층이 갈라진다.

당대표를 둘러싼 싸움이 계속된다.

진보 미디어를 둘러싸고 또 전선이 생긴다.

그때 대통령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큰 승부수를 던지고 싶은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인사를 바꾸고, 정책을 바꾸고, 새로운 정치연대를 시도하고, 더 강한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진단한 상태에서 던지는 과감한 결단은 결단력이 아니라 무리수가 될 수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지지율 하락 → 조급함 → 무리수 → 갈등 → 추가 하락.

이 악순환이 시작되면 문제는 38.9라는 숫자가 아니다.

분당은 탈당계를 내는 날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분당이다.

내일 당이 갈라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분당은 어느 날 국회의원 몇 사람이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지지자들의 마음속에서 당이 둘로 갈라진다.

서로 다른 방송을 듣는다.

서로 다른 정치인을 믿는다.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상대방을 더 이상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다음 정치인들이 갈라진다.

탈당은 마지막 행정절차일 뿐이다.

그래서 민주당TV와 기존 진보 미디어의 관계를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정치적 지지층의 미디어 분화가 정치적 정체성의 분화로 이어지고, 그것이 당내 계파갈등과 결합하면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호남까지 흔들리고 핵심 당원까지 돌아선다면 그때는 대통령 지지율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기반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우리를 챙기지 마시오

그래서 나는 다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를 챙기지 마시오.

우리는 동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리도 필요 없고 특별대우도 필요 없다.

당신에게 맡긴 일을 하라는 것이다.

윤석열 시대에 뒤로 돌려놓은 역사의 시계를 다시 앞으로 돌려놓으라는 것이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고,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다시는 권력이 민주주의 위에 올라서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고치라는 것이다.

그 일을 하라고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다.

당신을 사랑해서 역사를 맡긴 것이 아니다.

역사적 퇴행을 되돌리라고 당신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지지층을 찾아 헤매기 전에 자신에게서 떠나고 있는 사람들이 왜 손을 내렸는지를 먼저 보라.

김민석에게도 말하고 싶다.

진보진영의 여론을 장악하려 하지 말라.

비판하는 사람을 심판하려 들지 말라.

당신 편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라.

방송을 만들어 사람들의 귀를 가져오려 하지 말고 정치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라.

여론을 장악하려 하지 말고 여론의 신뢰를 얻어라.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리고 민주당에도 묻는다.

중도를 얻겠다며 자기 기반을 갈라놓고도 다음 정권을 꿈꾸는가.

다음번에도 상대가 스스로 무너져 정권을 넘겨줄 것이라고 믿는가.

그런 행운은 정치전략이 아니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확장이 아니다.

먼저 자신이 부숴놓은 것을 다시 붙이는 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도 않다.

지지율 몇 퍼센트는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정책도 바꿀 수 있고 사람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저 사람들은 우리가 왜 싸웠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지지자들의 마음속에 굳어버리면 그것을 되돌리는 일은 훨씬 어렵다.

그래서 나는 지지율 38.9%보다 그다음이 더 두렵다.

망조는 반드시 밖에서 쳐들어오는 적 때문에 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잊어버릴 때 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왜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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