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냉장고(Walk-in Box) 예방 점검 꿀팁

 


워크인 냉장고는 갑자기 죽지 않는다

― 30년 경험자가 말하는 고장 전 7가지 신호

30년 넘게 냉동·냉장 설비 일을 하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 두세 시에 울리는 전화벨이었습니다.

“사장님, 큰일 났어요. 냉장고가 안 돼요.”

뉴욕에서 델리나 식당, 그로서리를 하는 분들에게 워크인(Walk-in) 냉장고는 그야말로 가게의 심장입니다. 냉장고가 서면 장사도 섭니다. 수리비도 문제지만 안에 들어 있는 고기며 야채며 유제품까지 상하기 시작하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제가 거래처를 계약제로 관리하기 전에는 이런 응급전화를 받고 한밤중에 뛰쳐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한 거래처에 도착해 정신없이 냉장고를 수리하고 있는데 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다른 거래처였습니다.

“냉장고가 이상해요. 빨리 좀 와주세요.”

그렇다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증상을 하나씩 물었습니다. 무슨 소리가 나는지, 팬은 도는지, 온도는 얼마인지, 어디에 얼음이 끼었는지….

그리고 전화로 몇 가지를 확인하게 한 뒤 응급조치 방법을 일러주었습니다.

먼저 하던 수리를 끝내고 두 번째 가게로 이동하는 도중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냉장고가 잘 작동하네요.”

오랫동안 기계를 다루다 보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평소와 다른 것을 알아차리고, 때로는 계측장비를 대보지 않아도 어디가 불편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증상을 자세히 들으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어느 정도 원인을 추려낼 수도 있습니다.

기계도 사람과 비슷합니다.

사람이 큰 병을 앓기 전에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듯, 냉장고도 완전히 멈추기 전에 끊임없이 신호를 보냅니다.

다만 사람이 바빠서 듣지 못할 뿐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수없이 보아온 고장 가운데, 전문가가 아니어도 가게 주인이 직접 알아챌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 일곱 가지를 골라봤습니다.


1. 컴프레서가 좀처럼 쉬지 않는다

정상적인 냉장설비는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부하와 제어 방식에 따라 컴프레서가 멈추거나 운전량이 줄어드는 시간이 생깁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쉬는 시간이 있었던 기계가 하루 종일 웅웅거리며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면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냉기를 만들어도 만들어도 부족합니다.”

하고 기계가 하소연하는 것입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콘덴서 코일이 먼지와 기름때로 막혀 열을 제대로 버리지 못할 수도 있고, 냉매가 누설되어 성능이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계속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컴프레서에 무리가 쌓이고 결국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펴보세요

평소와 비교해 컴프레서가 지나치게 오래 계속 운전하는지 귀 기울여 보십시오.

특히 밤이나 한가한 시간처럼 문을 거의 열지 않는데도 계속 돌아간다면 점검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가능성은 냉동사이클 어느 곳에서 냉매가 새고 있을 것입니다. 방치하면 컴프레서 내에 있는 윤활유가 다 빠져나가 비싼 컴프레서를 갈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2. 증발기(에바포레이터)에 얼음이 두껍게 낀다

워크인 안 천장 쪽에 팬이 달린 유닛이 보일 겁니다. 이것이 증발기(Evaporator), 현장에서 흔히 ‘에바’라고 부르는 장치입니다.

코일에 얇게 서리가 생겼다가 제상 과정에서 없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얼음이 두껍게 쌓여 코일을 뒤덮거나 팬 주변까지 얼어붙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얼음이 코일 사이를 막으면 공기가 제대로 통하지 못합니다. 냉기가 충분히 순환하지 않으니 온도는 올라가고, 냉장고는 온도를 내리려고 더 열심히 돌고, 상황에 따라 결빙은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제상(Defrost) 계통에 문제가 있거나, 문이 오래 열려 있거나, 가스켓 불량 등으로 습한 외부 공기가 계속 들어오는 것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펴보세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손전등으로 증발기 코일과 팬 주변을 들여다보십시오.

평소와 달리 얼음이 두껍게 자라고 있다면 그냥 깨내고 끝낼 일이 아닙니다.

얼음은 원인이 아니라 다른 문제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문 가스켓이 찢어지거나 딱딱해졌다

문 둘레에 붙어 있는 고무 패킹을 가스켓(Gasket)이라고 합니다.

비싸 보이지도 않고 기계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지도 않으니 가장 무시당하기 쉬운 부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조그만 고무가 냉장고의 냉기를 지키는 문지기입니다.

가스켓이 찢어지거나 오래되어 굳으면 문과 프레임 사이가 완전히 밀착되지 않습니다. 그 틈으로 냉기는 빠져나가고 따뜻하고 습한 외부 공기는 들어옵니다.

그러면 컴프레서 운전시간이 길어지고 증발기에는 얼음이 끼기 쉬워집니다.

작은 고무 하나의 문제가 큰 고장의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종이 한 장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을 닫으면서 종이 한 장을 가스켓 사이에 끼워보십시오.

종이를 잡아당겼을 때 적당한 저항이 느껴져야 합니다. 특정 부분에서 너무 쉽게 빠진다면 그쪽의 밀착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 위·아래·양옆 여러 곳을 확인해보면 됩니다.

가스켓과 문 정렬을 제때 손보는 비용은 대개 큰 냉동계통 고장을 방치했을 때보다 훨씬 적습니다.


4. 바닥에 자꾸 물이 고인다

워크인 바닥이 늘 젖어 있거나 같은 자리에 계속 물이 고인다면 “냉장고니까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지 마십시오.

제상 과정에서 생긴 물이 빠져나가는 드레인 계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드레인 라인에 슬라임이나 이물질이 쌓여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으면 물이 넘치거나 다시 얼어붙어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식품을 취급하는 업소에서 바닥의 고인 물은 냉장설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끄럼 사고와 위생 문제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펴보세요

평소 물이 빠져나가던 배수 상태가 달라졌는지 확인하십시오.

물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흐르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일찍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5. 온도가 예전처럼 일정하지 않다

제가 가게 주인들에게 가장 자주 강조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냉장고에 들어갈 때 온도계부터 한번 보세요.”

비싼 계측장비가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잘 보이는 곳에 믿을 만한 온도계를 하나 두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한번 쳐다보는 습관만 들여도 됩니다.

일반적인 식품 냉장 보관은 대체로 화씨 40도(약 4.4℃)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실제 업소에서는 식품과 설비 조건에 맞춰 그보다 낮은 범위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냉동식품은 보통 화씨 0도(-18℃) 이하를 목표로 관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 하나보다 평소와 다른 변화입니다.

제상 직후나 문을 자주 여닫은 직후에는 온도가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보다 온도가 회복되는 데 오래 걸리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높은 온도가 지속된다면 냉장고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기록하면 더 잘 보입니다

아침·점심·저녁처럼 일정한 시간에 온도를 적어두면 좋습니다.

며칠만 기록해도 그 냉장고의 평소 패턴이 보입니다.

나중에 기술자를 불렀을 때도

“냉장고가 이상해요.”

라는 말보다

“지난주부터 오후에 온도가 올라간 뒤 예전보다 회복이 늦습니다.”

라고 말해주면 원인을 찾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6. 콘덴서 코일에 먼지와 기름때가 앉았다

가게 뒤쪽이나 기계실, 때로는 지붕 위에 있는 콘덴싱 유닛은 냉장고 안에서 빼앗아온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주방 근처에 있는 콘덴서 코일을 오래 청소하지 않으면 먼지에 기름이 달라붙어 마치 펠트 같은 막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한여름에 뛰는 것과 비슷합니다.

열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니 냉동능력은 떨어지고 압축기는 더 힘들게 일해야 합니다. 결국 전기 사용량과 고장 위험도 커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펴보세요

코일이 먼지와 기름때로 막혀 있지 않은지 정기적으로 확인하십시오.

청소할 때는 반드시 안전하게 전원을 차단하고 코일 핀이 눕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고압의 물이나 공기를 무턱대고 가까이에서 쏘면 얇은 핀이 휘어 오히려 공기 흐름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업소 환경에 따라 오염 속도가 다르므로 주방처럼 기름과 먼지가 많은 곳이라면 더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7. 전기 사용량이 특별한 이유 없이 늘어난다

냉장고가 고장 나기 전에 먼저 보내는 뜻밖의 신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전기 고지서입니다.

영업시간도 비슷하고 사용하는 장비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전력 사용량이 계속 늘어난다면 냉장설비도 한번 의심해볼 만합니다.

물론 전기요금 자체가 올랐을 수도 있고 날씨나 다른 장비가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지서의 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실제 사용량(kWh)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콘덴서가 막혔거나 문틈으로 냉기가 새거나 냉동능력이 떨어지면 설정 온도를 맞추기 위해 기계가 더 오래 운전할 수 있습니다.

고장 난 냉장고는 완전히 멈추기 전에 먼저 일을 더 많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인이 할 일과 기술자가 할 일은 다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직접 냉장고를 고쳐보겠다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인이 해야 할 일은 수리보다 관찰과 관리입니다.

가스켓 상태를 살펴보고, 온도를 확인하고, 물이 잘 빠지는지 보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콘덴서의 오염 상태를 관리하고, 증발기에 비정상적인 얼음이 생기지 않는지 살펴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냉매 계통, 컴프레서, 모터, 제상장치, 전기배선처럼 전문적인 진단과 작업이 필요한 부분은 자격과 장비를 갖춘 기술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특히 현장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프레온이 좀 모자란 것 같은데 그냥 조금만 넣어주세요.”

그러나 정상적으로 밀폐된 냉동계통에서 냉매는 자동차의 휘발유처럼 쓰면서 없어지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냉매가 부족하다면 먼저 왜 부족해졌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누설이 있는데 원인을 찾지 않고 냉매만 계속 보충한다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미룬 것에 불과합니다.


새벽 전화벨이 바꿔놓은 내 사업 방식

그렇게 수없이 새벽잠을 설친 끝에 저도 결국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고장 난 다음 뛰어다닐 것이 아니라 고장 나기 전에 찾아내면 되지 않는가.”

그래서 거래처들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냉동·냉장설비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예방정비 계약, 이른바 Preventive Maintenance Contract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월 회비를 받고 정기적으로 찾아가 설비 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거래 형태를 바꾼 것입니다.

그랬더니 신기할 정도로 새벽 전화가 줄었습니다.

사실 신기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큰 고장이 나기 전에 작은 이상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가스켓 하나가 벌어진 것을 미리 찾아내고, 콘덴서가 막히기 전에 청소하고, 이상한 소리가 나는 팬 모터를 살펴보고, 얼음이 비정상적으로 생기기 시작하면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응급수리를 잘하는 것보다 응급수리가 필요 없도록 만드는 것이 더 좋은 정비였던 것입니다.


기계의 말을 듣는 습관

30년 넘게 기계를 만지고 나서 돌이켜보면 거창한 비결은 없었습니다.

평소 기계 옆을 지날 때마다 소리를 한번 들어보는 습관.

냉장고에 드나들 때마다 온도계를 한번 보는 습관.

바닥에 전에 없던 물이 생기지 않았는지, 배수가 제대로 되는지 살펴보는 습관.

이따금 콘덴서에 먼지와 기름때가 끼지 않았는지, 증발기에 이상하게 얼음이 자라고 있지 않은지 한번 들여다보는 습관.

그 몇 초가 쌓여 큰돈을 아껴줍니다.

냉동·냉장설비는 제대로 설치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소한 이상을 계속 무시하면 아직 쓸 만한 기계도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워크인 냉장고는 말을 못 합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소리가 달라지고, 얼음이 생기고, 물이 고이고, 온도가 달라지고, 전기를 더 먹습니다.

그것이 냉장고가 주인에게 보내는 말입니다.

“나 좀 한번 들여다봐 주세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좋습니다.

15분만 시간을 내어 그 말을 들어주십시오.

새벽 두 시 전화벨을 받는 것보다 훨씬 싸고,

수천 달러짜리 수리비를 내는 것보다 훨씬 쉽고,

무엇보다 어느 날 아침 가게 문을 열었을 때—

냉장고는 멈춰 있고 그 안의 식재료까지 모두 상해버린 광경을 마주하지 않아도 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