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은 당원들의 집단지성을 얕보지 마라
― 이종원 감찰에서 민티·겸공 사태까지, 민주당 분열의 임계점을 경고한다
민주당이 야심차게 만든 ‘민티07’이 문을 연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민티에는 첫 방송부터 5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신생 정치방송으로서는 대단한 성적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더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슈퍼챗이 폭발했다.
하루 수백만 원 수준이던 후원금이 단숨에 5천만 원대로 치솟았고, 5천 건이 넘는 후원이 쏟아졌다. 세계 유튜브 슈퍼챗 순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폭발적인 규모였다.
나는 이 돈을 단순한 후원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표정 없는 5천만 원짜리 정치적 경고장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당에서 조직한 것도 아니다.
뉴스공장 시청자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었다.
왜 하필 민티가 문을 연 바로 그날이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지금 민주당 지도부는 자신들을 지탱해온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만 명보다 무서운 20만 명
김민석 대표는 민티 첫 방송의 5만 동접을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은 자기 숫자만 봐서는 안 된다.
자기가 움직였을 때 상대편 숫자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민티가 오전 7시에 방송을 시작하자 겸공의 시청자가 갈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2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수천 명이 돈까지 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겸공 구독자 전체를 민주진보진영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일 아침 정치방송을 찾아보고, 정치현안에 반응하고, 댓글을 달고, 주변에 전파하고, 필요하면 자기 돈까지 내는 적극 시청층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들은 민주진보진영에서 가장 정치관여도가 높은 집단 가운데 하나다.
그들이 민티 개국 첫날 집단적으로 움직였다.
민티의 5만 명은 시청률이었다.
겸공의 20만 명과 5천만 원은 메시지였다.
김민석은 그 차이를 읽어야 한다.
이종원을 잘못 건드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민티보다 훨씬 위험한 사건 하나를 보고 있다.
이종원 감찰이다.
김민석 대표는 이종원이 민주당원임을 확인한 뒤 윤리감찰단에 긴급감찰과 긴급징계 필요 여부를 보고하도록 특별지시했다.
나는 이종원의 모든 행동이 옳다고 주장할 생각이 없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조사하면 된다.
그러나 조사에는 한 가지 절대적인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같은 행위에는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이종원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김민석 캠프에도 적용해야 한다.
정청래 측에도 적용해야 한다.
유튜버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감찰이다.
그렇지 않고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다른 편에 섰던 특정 인물만 ‘긴급감찰’하고 ‘긴급징계’를 거론한다면 당원들은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이제 반대편을 정리하는 것인가?”
그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감찰은 감찰로 끝나지 않는다.
이종원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그는 오랫동안 이재명 지지층의 거리정치와 온라인 결집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대형 정치 유튜버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뒤에는 상당한 적극 지지층이 존재한다.
그 사람을 잘못 건드리면 이종원 한 사람과 싸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전당대회를 거치며 쌓인 불만들이 그곳으로 모일 수 있다.
정청래 지지층의 불만.
시사타파 지지층의 반발.
겸공 시청자들의 경계심.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의 불신.
그리고 김민석 지도부가 당을 특정 세력 중심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한 당원들.
지금까지 이들은 하나의 집단이 아니었다.
그러나 공통의 분노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나는 이종원 감찰이 그 도화선이 될까 두렵다.
조국에게는 통합을 말하면서 김용남을 중용하는 정치
조국혁신당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조국은 부산 출마를 검토했지만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만류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결국 부산을 포기하고 평택을로 갔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곳에 김용남을 공천했다.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범민주진보 진영의 표가 갈리면 보수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위험이 있었지만 단일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조국도 김용남도 떨어졌다.
그런데 당대표가 된 김민석은 바로 그 김용남을 민주당의 주요 당직에 발탁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에는 통합을 이야기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라.
이것을 진정성 있는 통합의 손짓으로 받아들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묻는다.
김민석이 원하는 것은 민주진보진영의 통합인가.
아니면 김민석이 주도하는 통합인가.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정청래가 추진할 때는 문제였던 통합이 김민석이 대표가 된 뒤에는 추진해야 할 통합이 된다면 당원들은 당연히 그 이유를 묻게 된다.
통합은 누가 주도하느냐보다 무엇을 위해 하느냐가 중요하다.
당대표가 로망이라는 사람과 대권을 포기한 사람
정청래는 당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적어도 당권을 대권의 디딤돌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약속이었다.
김민석은 달랐다.
서울시장 후보군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여론조사를 하는 데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당대표가 자신의 ‘로망’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렇다면 당원에게는 질문할 권리가 있다.
그토록 원했던 당대표직으로 무엇을 하려는가.
당대표에게는 공천권이 있다.
공천은 사람을 만들고 조직을 만들고 정치적 빚을 만든다.
나는 김민석이 공천권을 차기 대권을 위해 사용한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심받고 싶지 않다면 증명하면 된다.
공천을 투명하게 하라.
자기 사람보다 당선 가능한 사람을 선택하라.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주라.
그것이 가장 간단한 증명이다.
54%의 대표인가, 100%의 대표인가
김민석은 전당대회에서 이겼다.
그러나 54%의 승리는 46%를 몰아낼 권리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당대표가 되는 순간 자신의 54%를 내려놓고 100%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정청래를 향한 적대가 계속되고, 조국혁신당과 충돌하고, 겸공과 민티가 경쟁관계처럼 비치고, 뉴스공장에 출연한 민주당 의원에게까지 항의가 쏟아진다면 이것은 정상적인 승리의 뒷모습이 아니다.
더 위험한 것은 지지자들에게 충성 경쟁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민티를 보겠다.”
좋다.
그것은 자유다.
그러나
“왜 민주당 의원이 겸공에 나가느냐.”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당에 대한 지지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충성으로 변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병들기 시작한다.
나는 김민석에게 투표한 43만 명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김민석에게 투표한 43만 명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싶다.
그들 역시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서 투표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묻고 싶다.
지금의 민주당이 여러분이 원했던 민주당인가.
김민석 개인의 성공보다 민주당의 성공이 중요하지 않은가.
민주당의 성공보다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성공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정치인은 지나간다.
당대표도 지나간다.
그러나 한번 갈라진 지지층을 다시 붙이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김민석은 당원들의 집단지성을 얕보지 마라
나는 지금 민주진보진영의 미래가 걱정된다.
한국 정치의 운동장은 결코 민주진보진영에 유리하지 않다.
상대 진영의 실수와 분열만 기다려 집권하는 정치는 오래갈 수 없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도 어려운 선거를 우리끼리 갈라져 어떻게 이기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나는 지금 김민석에게 요구한다.
이종원 감찰부터 공정하게 하라.
같은 기준으로 전당대회 과정 전체를 조사하라.
정청래 지지자들을 끌어안아라.
조국혁신당을 흡수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대하라.
민티를 특정 지도부의 확성기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공론장으로 만들어라.
공천권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을 제도로 증명하라.
그렇게 한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의 길을 계속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대표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민주진보진영 전체가 갈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
그때는 김민석 자신이 결단해야 한다.
통합의 구심점이 될 수 없다면 통합을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것도 정치인의 책임이다.
민티가 문을 연 바로 그날 뉴스공장에 쏟아진 5천만 원을 기억하라.
그것을 단순한 슈퍼챗이라고 비웃지 마라.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천 명이 동시에 움직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것이 집단지성이다.
그리고 집단지성이 지도자를 신뢰할 때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되지만,
지도자가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는 가장 무서운 심판자가 된다.
김민석은 민주당원들을 얕보지 마라.
지금 울리고 있는 것은 아직 파열음이 아니다.
경고음이다.
그러나 이 경고마저 무시한다면 다음에 들려올 소리는 민주진보진영이 갈라지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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