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밟고 가라!

 


민주진보진영, 사람이 이렇게 없었나

― 이재명이 남은 45개월 동안 해야 할 일

요즘 가끔 민주진보진영의 다음 대통령 후보들을 머릿속에 한 사람씩 올려놓아 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장관감은 많습니다. 당대표감도 있고, 도지사감도 있습니다. 국회에서 제 몫을 하는 정치인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름 앞에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라는 여섯 글자를 붙이는 순간 사람이 사라집니다.

이것이 요즘 내가 느끼는 불안입니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맡겨도 되겠다고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조국 — 매력은 있지만 과거가 다시 따라온다

조국에게는 분명 정치적 자산이 있습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열성적인 지지층이 있으며, 말과 글에도 힘이 있습니다. 검찰개혁이라는 상징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권주자로 링에 올라오는 순간 과거의 사법 문제가 모조리 되살아날 것입니다.

나는 조국 사건을 검찰이 주장했던 모든 혐의가 그대로 사실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 법원에서도 무죄가 난 부분들이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과도하고 선택적이었다는 논쟁 역시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녀 입시 문제까지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역성들 마음도 없습니다.

당시 입시판에서 많은 부모가 비슷한 ‘스펙 만들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남들도 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안 했으면 좋았을 일입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친 것입니다.

유재수 감찰 중단 문제는 더욱 엄중하게 따져볼 사안입니다. 그것은 자녀를 위한 부모의 욕심과 달리 공직자의 권한 행사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국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또다시 몇 년 전의 조국 사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대선이 다시 조국의 과거를 심판하는 선거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정청래 — 싸움은 잘하는데 나라를 맡길 수 있을까

정청래는 정치적 전투력이 강합니다.

당원 기반도 강하고 순발력이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지지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빨리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당대표와 다릅니다.

자기편을 결집시키는 능력만큼 자기편이 아닌 국민까지 안심시키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정청래에게 가장 큰 물음표는 바로 이것입니다.

잘 싸우는 정치인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행정부를 맡겨도 되는가?

광역단체장이나 장관으로 대규모 행정조직을 운영한 경험도 없습니다.

대선에서는 전투력만큼이나 절제와 포용, 안정감이 필요합니다. 정청래가 그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같은 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왜 그를 경원하는지, 그 까닭도 한번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혼자 일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만약 당내의 폭넓은 인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과연 정청래 정부의 내각을 채우고 국정을 함께 끌고 갈 사람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남습니다.

추미애 — 경륜은 충분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전쟁을 치렀다

추미애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대표를 지냈고 법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국회 경험도 풍부합니다. 현재는 경기도지사입니다.

무엇보다 검찰개혁 문제에서 보여준 결기는 민주진보진영의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해도 매우 선명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면으로 충돌했을 때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추윤 갈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법원 판단을 통해 당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상당 부분이 인정되면서 추미애의 문제 제기를 무조건 정치적 공격이었다고만 치부하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습니다.

2021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직접 출전했습니다.

이재명, 이낙연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거론되는 사람 가운데 실제로 전국 단위 대통령 후보 경선을 끝까지 뛰어본 몇 안 되는 정치인입니다.

행정 경험도 있고 당 운영 경험도 있으며 국회도 압니다.

여성이라는 점도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상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추미애에게는 전투의 기억이 너무 많습니다.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사람에게는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보이지만, 반대편 국민에게는 매우 강한 비호감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선거는 민주당 지지자만 투표하는 선거가 아닙니다.

윤석열과 맞서 싸울 때의 전투력이 검찰개혁 국면에서는 장점이었지만, 대통령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싸움을 시작하는 능력뿐 아니라 싸움을 끝내고 상대편 국민까지 데리고 가는 능력입니다.

나이도 현실적인 변수입니다.

앞으로 차기 대선까지 생각한다면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유권자에게 얼마나 새로운 미래를 상징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결국 추미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윤석열과 싸웠던 추미애를 넘어, 대한민국을 어디로 데리고 갈 추미애를 보여줄 수 있는가?

그 답을 보여준다면 결코 가볍게 볼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검찰개혁의 전사’라는 강렬한 과거가 오히려 대통령 후보 추미애의 천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동연 — 행정은 있는데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한때 나도 김동연을 눈여겨봤습니다.

어렵게 자랐습니다. 상고를 나와 은행에 취직했고 야간대학을 다니며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부총리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재명 못지않은 입지전적인 인생입니다.

게다가 정통 경제관료 출신입니다. 경제와 예산을 알고 중앙정부를 알고, 이제는 경기도라는 거대한 지방정부까지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입니다.

이재명은 행정을 정치로 만들 줄 압니다.

김동연은 아직도 행정을 행정으로 보여주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더구나 다음 정권이 맞닥뜨릴 세계가 경제 전문가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만큼 평온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미·중 경쟁, AI 혁명, 공급망 재편, 북핵과 안보, 저출산·고령화, 연금과 재정 문제까지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어지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김동연이 유능한 경제관료인 것은 알겠는데, 왜 김동연이 대통령이어야 하는가는 아직 알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김동연은 아직 국민의 가슴에 꽂히는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김경수 — 행정 경험은 있지만 ‘드루킹’이 너무 크다

김경수에게는 경남지사라는 귀중한 행정 경험이 있습니다.

비교적 온건하고 말도 거칠지 않습니다.

그런데 드루킹 사건은 단순히 전과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박근혜 탄핵 직후 실시된 2017년 대선은 누가 보더라도 문재인에게 매우 유리한 선거였습니다.

그런 선거에서 왜 그런 위험천만한 일에 관여했는가.

나는 이것이 도덕성만큼이나 정치적 판단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본인의 정치생명에 엄청난 상처를 입혔습니다.

경남지사 시절에도 몇 가지 행정성과가 있었지만 전국의 국민에게 “김경수 하면 이것”이라고 각인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대중성이 너무 약합니다.

노무현의 사람, 문재인의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난 뒤 김경수 자신의 정치가 무엇인지 아직 선명하지 않습니다.

박주민 — 어쩌면 가장 아까운 미완성 카드

오히려 나는 박주민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젊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도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현재까지 대권을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큰 사법적 짐도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행정 경험이 없습니다.

경제·산업·외교·안보를 포괄하는 국가경영자로서의 모습도 아직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좋은 국회의원이라는 평가와 좋은 대통령이라는 평가는 전혀 다릅니다.

박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자신의 체급을 키우는 일입니다.

그에게 제대로 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한번 보고 싶습니다.

그 아래를 내려다보니 더 막막하다

김관영, 고민정, 박찬대에게는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강한 반감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강기정과 김영록은 행정 경험이 있지만 전국적 대선에서 지역적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라는 어려운 숙제가 있습니다.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결격사유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현실의 선거는 당위만으로 치러지지 않습니다.

나는 민주당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 출신 후보가 본선에 섰을 때 영남과 보수층의 지역적 결집을 얼마나 뚫어낼 수 있을지 걱정합니다. 자칫하면 2007년 이명박-정동영 선거와 비슷한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오영훈은 아직 전국적인 정치적 체급이 박주민보다도 약해 보입니다.

우상호는 조금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유화적이고 협상할 줄 아는 정치인입니다. 극단적인 안티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또 86세대인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20·30대 유권자들이 “또 그 사람들이냐”며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면 생각보다 엄청난 반란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사이 보수진영에서는 한동훈이나 장동혁 같은 인물을 중심으로 정권 탈환을 원하는 표가 결집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편 40%만 지키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머지 몇 퍼센트를 가져올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가

바로 그래서 나는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진 분란이 더욱 아픕니다.

사람이 넘쳐나는 정당이라면 한두 번 싸울 수도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가 열 명씩 줄 서 있다면 당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도 됩니다.

그런데 다음 대통령감 하나를 찾으려고 이렇게 사람 이름을 하나씩 적어놓고 검토해야 하는 정당에서 왜 지지층까지 갈라놓는 싸움을 벌여야 했습니까?

특히 김민석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내게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을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주변과 당내에서 벌어진 여러 움직임, 정청래 비토를 둘러싼 논란, 홍익표 인터뷰에서 느껴진 미묘한 정황들까지 지켜보면서 적지 않은 지지자가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까지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거론했던 사람들, 중도·보수 쪽으로 기우는 듯한 일련의 인사, 검찰개혁의 핵심을 기술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나씩 겹치고 있습니다.

각각 떼어놓으면 설명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정치란 법정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하나의 사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경향과 패턴을 봅니다.

그 의심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밝혀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더 중요한 것은 왜 자신을 위해 눈 맞으며 싸웠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런 의심을 품게 되었느냐는 것입니다.

김민석에게 필요한 것은 ‘암수(暗數)’가 아니라 자중자애다

김민석은 지금 정치인으로서 생애 첫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젊은 시절 민주화투쟁의 선봉에 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 정치인으로서 이처럼 권력의 중심에 선 것은 지금이 처음입니다.

그러므로 더욱 자중자애해야 합니다.

자신이 청년 지도자로 이름을 날리던 5공·6공 시절의 정치 감각으로 오늘의 당원들을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40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지도부가 판을 짜고 조직이 움직이면 대중이 따라가는 시대가 아닙니다. 당원들은 유튜브를 보고, 자료를 찾아보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정치인의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까지 돌려봅니다.

나야말로 한국 정치판에서는 장삼이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 눈에도 김민석이 제 딴에는 머리를 써서 던지는 수가 너무 훤히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암수(暗數)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숨겨놓은 계산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 눈에는 이미 다 보이는 수, 영리한 묘수라고 여기지만 오히려 서툰 잔꾀로 읽히는 수 말입니다.

정치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수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쓴 수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사람입니다.

민티07의 영향력이 기대만큼 커지지 않는 가운데 김민석이 의원들에게 다시 겸공과 매불쇼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진심이라면 오히려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또 다른 암수를 궁리할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눈치를 제대로 살펴야 합니다.

겸공을 이용하려 하지 말고, 왜 당원들이 겸공으로 몰려가는지를 읽어야 합니다.

당원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당원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첫 전성기는 사람을 취하게 합니다. 어렵게 얻은 권력일수록 자기 판단을 과신하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당원정치를 옛날 조직정치처럼 다루면서, 제 딴에는 묘수라고 던지는 수가 당원들 눈에 빤히 보이기 시작하면 위험합니다.

정치는 한 번의 오판으로도 훅 갈 수 있습니다.

지금 김민석에게 필요한 것은 더 영리한 암수가 아닙니다.

자중자애입니다.

그렇다면 이재명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나는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에게 통 큰 정치를 권하고 싶습니다.

“나를 밟고 넘어가라.”

이 한마디를 해보라는 것입니다.

후계자를 만들지 마십시오.

누구에게도 대통령의 후광을 빌려주지 마십시오.

앞으로 남은 약 45개월 동안 민주진보진영의 차기 주자들에게 링을 만들어주십시오.

조국도 올라오고, 정청래도 올라오고, 추미애도 올라오고, 김동연도 올라오고, 김경수도 올라오고, 박주민도 올라오게 하십시오.

김민석도 자신이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올라오면 됩니다.

그리고 마음껏 장기자랑을 시키십시오.

경제를 이야기하고, AI를 이야기하고, 외교와 안보를 이야기하고, 검찰개혁을 이야기하고, 저출산과 연금을 이야기하고, 청년세대의 우경화와 그들이 이끌 대한민국의 20년 뒤를 이야기하게 하십시오.

그러면 국민이 봅니다.

정청래에게는 묻습니다.

당원들의 사랑과 전투력을 걷어내고도 국가를 경영할 무엇이 있는가.

추미애에게는 묻습니다.

윤석열과 검찰을 걷어내고도 국민에게 보여줄 ‘추미애의 대한민국’이 있는가.

김동연에게는 묻습니다.

관료 경력을 걷어내고도 국민을 움직일 정치가 있는가.

박주민에게는 묻습니다.

좋은 국회의원을 넘어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김경수에게는 묻습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이름을 걷어내고 나면 김경수의 정치는 무엇인가.

조국에게는 더 아프게 물어야 합니다.

검찰개혁과 자신의 사법적 서사를 걷어내고도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김민석에게도 똑같이 묻습니다.

대통령의 후광도, 조직도, 유튜버도 없이 김민석이라는 이름 석 자만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을 견뎌내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나를 지켜라”가 아니라 “나를 넘어라”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재명 자신도 비판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차기 주자가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배신자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 정책은 잘못됐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하겠다”고 말할 자유조차 없다면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후계자 오디션일 뿐입니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를 칭찬하지 않아도 좋다. 내 정책을 비판해도 좋다. 그러나 상대를 죽이지 말고 당신의 대안을 보여라. 나는 누구도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겠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다면 나를 밟고 넘어가라.”

단, 링 위에 오른 이들도 룰을 어기거나 지분을 키우려고 내분을 조장하는 행위자는 링에서 가차없이 퇴장을 시킬 엄격한 규정과 선수들의 승복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렇게 45개월을 보내보십시오.

지금 우리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 사이 훌쩍 자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름조차 모르는 40대, 50대 정치인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자랄 운동장이 없었던 것입니다.

정치는 사람을 쓰는 일입니다.

그러나 더 위대한 정치는 사람을 남기는 일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 여부는 훗날 경제성장률이나 지지율만으로 평가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떠난 뒤 민주진보진영에 어떤 지도자들이 서 있었느냐 역시 그의 성적표가 될 것입니다.

지금 그 자리를 둘러보면 나는 솔직히 두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후계자를 만들지 마십시오.

당을 줄 세우지 마십시오.

지지자들에게 누구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지도 마십시오.

링만 만들어주십시오.

그리고 링 밖으로 내려와 이렇게 말하십시오.

“마음껏 싸워라. 국민에게 증명하라.
그리고 나를 밟고 넘어가라.”

그것이 어쩌면 이재명이 남은 45개월 동안 할 수 있는 가장 통 큰 정치이며,

민주진보진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값비싼 유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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