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사건, 이대로 영구미제를 만들 셈인가

 


검찰의 숨통을 열어주면, 검찰은 당신을 살려줄 것 같은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대통령은 검찰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아니라면 요즘 벌어지는 몇 가지 일들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대통령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그의 의도를 사실인 양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지금 나타나는 몇 가지 결과를 이어놓으면 한 사람의 지지자로서 불길한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백해룡을 직접 불러놓고 왜 침묵하는가

2025년 10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직접 지시를 내렸다.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파견해 수사팀을 보강하고,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대통령의 의지는 단호해 보였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동부지검은 백해룡을 기존 합수단에 그대로 투입하지 않고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백해룡은 즉각 반발했다.

그 뒤 백해룡은 자신에게 실효적인 수사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결국 석 달 만에 합수단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2월 임은정 검사장이 이끄는 합수단은 백해룡이 제기해 온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런데 백해룡은 승복하기는커녕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자신의 수사를 방해했다며 지난달 임은정 검사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나는 백해룡의 말이 모두 옳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임은정이 사건을 덮었다고 단정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해룡을 그곳에 보낸 사람이 누구인가.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성역 없이 수사하라”며 보낸 수사관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있는데, 왜 대통령은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가.

더 섬뜩한 이야기가 있다

장인수 기자가 방송을 통해 전한 검찰 내부 이야기가 있다.

검찰 일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말이나 퇴임 이후를 생각하면서, 대통령이 특정 수사팀에 백해룡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행위 자체를 직권남용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섬뜩한 의문 하나를 갖는다.

장인수 기자의 귀에까지 들어간 이야기를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몰랐을까.

알고 있었다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혹시 이것 때문에 대통령이 백해룡 사건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아닌가.

나는 이것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묻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답하면 된다.

백해룡을 직접 투입시킬 만큼 중대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던 대통령이 왜 이후 백해룡이 수사방해를 호소하는 상황에서는 침묵했는지 설명하면 된다.

마약사건은 시간이 편이 아니다.

휴대전화가 바뀌고 메시지가 지워진다. CCTV가 사라지고 서버 로그의 보존기간이 끝난다. 사람의 기억도 흐려진다.

수사의 생명은 증거이고, 증거의 생명은 시간이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중도를 얻기 위해 검찰의 숨통을 열어두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더 큰 의심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혹시 검찰개혁의 속도를 늦추고 검찰에 어느 정도 숨통을 열어주는 것을 중도·보수 확장의 정치적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마침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프랑스혁명을 이야기하면서 과도한 개혁은 역결집과 중도층 이탈을 불러 반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는 안다.

대통령은 혁명가가 아니라 국가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나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 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검찰개혁이 과격한 진보정책인가.

검찰이 가진 권력을 민주적 통제 아래 두자는 것이 좌파의 요구인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용해 정치에 개입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 중도층을 놀라게 할 일인가.

우리가 왜 검찰개혁을 그토록 절박하게 외쳐왔는지를 벌써 잊었는가.

민주진보 진영 사람들에게 검찰개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유행어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돼 온 정치수사와 전직 대통령 및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지켜보면서 쌓여온 오랜 공포와 불신의 산물이다.

그 역사를 경험한 사람들이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검찰권력을 제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 절박함을 등에 업고 탄생한 정부가 이재명 정부 아닌가.

검찰은 은혜를 기억할 것 같은가

그래서 나는 대통령에게 정말 묻고 싶다.

검찰의 숨통을 열어준다고 검찰이 퇴임 후 이재명을 그냥 놔둘 것 같은가.

검찰개혁의 속도를 늦추고, 검사들에게 일정한 수사권을 남겨주고, 검찰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해 주면 그들이 훗날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를 배려했으니 우리는 이분을 건드리지 말자.”

그러리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기관은 은혜를 기억하는 조직이 아니다.

개혁하지 않은 권력은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신의 힘을 기억한다.

오늘 남겨준 권한이 내일 누구를 향할 것인지 대통령은 정말 모르는가.

더구나 벌써 대통령의 백해룡 투입 지시를 퇴임 후 직권남용 사건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검찰을 달래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오판을 넘어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는 일이다.

중도를 얻겠다며 지지자를 잃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따로 있다.

대통령은 중도를 걱정한다.

좋다. 당연히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중도를 얻겠다고 자신의 지지자를 잃는 정치가 과연 중도확장인가.

최근 지지율의 흐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통령도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며 다시 진보진영을 품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오히려 서글펐다.

우리가 언제 챙겨달라고 했는가.

자리 하나 더 달라고 했는가.

우리 편 사람 장관 한 명 더 만들어달라고 했는가.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훨씬 단순했다.

왜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를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2024년 12월 3일 그 밤 이후, 남태령 고갯길에서 눈을 맞으며 밤을 새우고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지켰던 시민들이 바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해 달라는 것이었다.

윤석열 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고 다시는 검찰권력이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고쳐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행정능력을 보여주는 데 몰두하고, 중도확장을 걱정하고, 개혁에는 절제를 이야기하는 사이 가장 간절했던 지지자들의 마음부터 식어가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신호다.

대통령께 다시 묻는다.

검찰이 두려운가.

퇴임 후가 걱정되는가.

그래서 검찰개혁의 칼끝을 무디게 하고 있는가.

그래서 백해룡에게 수사를 맡겨놓고도 그가 수사방해를 호소하는 지금은 침묵하는가.

아니라면 답해 달라.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달라.

시간이 없다.

마약수사 외압 의혹의 증거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개혁의 시간도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번 떠난 지지자의 마음 역시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대통령이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검찰이 아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사람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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