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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사 분쟁, 세계 반도체판에서 보면 어떻게 보이나
경제 칼럼 · 반도체 산업 · 노사관계

삼성 노사 분쟁,
세계 반도체판에서
보면 어떻게 보이나

2026년 5월 경제 오피니언

삼성전자 노조가 5월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임금인상 요구는 정당하다. 그러나 지금 이 싸움이 향하는 방향이 옳은지는 별개의 문제다. 글로벌 반도체 판에서 이 갈등을 들여다보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삼성전자 2026 총파업 전야 — 노조측과 사측의 줄다리기 만평

▲ 벼랑 끝 전술 — 양측이 놓지 않으면 함께 떨어진다

노조의 요구안은 세 가지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OPI(초과이익성과급) 연봉 50% 상한을 폐지하며,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제도화하라는 것이다. 노조 추산으로 성과급 규모는 30조~45조 원, 1인당 약 6억 원에 이른다.

2026년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57.2조 원, 이 중 반도체 부문이 약 54조 원을 차지한다. "우리가 만든 이익인데 왜 우리는 못 받느냐"는 반발은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글로벌 동종 업계 맥락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TSMC는 노조가 없다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TSMC는 어떻게 하는가. TSMC는 2010년대 중반 대만 항공업계 중심으로 노조 활동과 파업이 번졌을 때도 노조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다. 창업자 모리스 창은 노조가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그게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TSMC 직원 보너스 현황 · 2025년 기준
1억 1천만원 대만 임직원 1인당 평균 보너스
+46.6% 전년 대비 증가율 — 역대 최대
6.5조원 전체 보너스 총액 · 이사회 결정
TSMC 모리스 창 vs 삼성전자 총파업 노조 비교 만평

▲ TSMC는 신뢰로 막았고, 삼성은 불신이 쌓여 터졌다

이 금액은 노사 협상이 아니라 이사회가 회사 실적을 근거로 산정해 지급한다. 노조도, 협상도, 파업 위협도 없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365일 가동된다. 온도·습도·먼지까지 극도로 정밀하게 통제되는 클린룸 환경에서 연속 공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라인이 멈추면 이미 진행 중인 웨이퍼와 소재는 전량 폐기해야 한다. 파업은 노사 모두에게 공멸이라는 인식이 산업 전체에 공유되어 있는 것이다.

인텔은 지금 생존 싸움 중

미국의 인텔도 약 60년간 무노조 정책을 유지해왔다. 다만 인텔은 지금 성과급을 논할 처지가 아니다. 수년간 기술 경쟁에서 밀리며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고, 삼성이나 TSMC와의 보너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인텔이 반면교사가 된다면, 그것은 기술 리더십을 잃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삼성 노조 요구, 과하지 않은가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2025년 기준 1억5800만 원이다. 그 위에 반도체 부문 직원 1인당 6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추가로 요구하고, 이를 제도화하라는 것이다.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삼성전자가 선례를 만들면 국내 모든 기업 임직원들이 비슷한 요구를 쏟아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우리가 18일 멈추면 18조 원 공백이 생긴다." —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더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이다. 2025년 부문별 영업이익은 반도체(DS) 31.5조 원, 가전·모바일(DX) 8.2조 원이었다. 성과급 상한이 폐지되면 반도체 부문 노동자가 다른 부문보다 몇 배 많은 성과급을 가져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DX 부문 기반의 노조는 5월 4일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했고, 비반도체 부문에서는 "반도체만 위한 교섭"이라는 공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 안에서 노조가 쪼개지고 있다.

사측도 할 말만 하고 있다

그렇다고 사측이 떳떳한가. 노조는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사측은 일회성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사측도 그간 구체적 합의안을 내놓지 않은 채 불법 파업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대화보다 법적 제압을 먼저 꺼낸 것이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블랙박스처럼 운영되어온 관행 자체가 이번 사태의 씨앗이었다.

묘수는 하나다

투명성 선언 만평 — 블랙박스를 유리 상자로, 이재용 부회장이 열쇠를 내미는 장면

▲ 투명성 선언 — 먼저 손 내미는 쪽이 이긴다

TSMC 모델을 뒤집어 보면 답이 보인다. TSMC는 노조 없이도 직원들이 이사회 결정을 신뢰한다. 그 신뢰의 근거는 투명성과 실적 연동이다. 삼성 사측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고 외부 독립기관의 검증을 받겠다고 먼저 선언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 연동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노조의 '불투명하다'는 명분 자체가 사라진다.

진영 논리로 이 싸움을 소비하면 아무도 이기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흔들림은 한국 경제의 흔들림이다. 노사 모두, 지금 싸울 때인지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벼랑 끝 전술은 결국 양쪽 모두를 벼랑 아래로 민다.
삼성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흔들린다는 사실,
노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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