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부따 - 제 1탄

뉴욕의 지하철 계단으로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그 장면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평범한 퇴근길, 평범한 오후의 비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발목을, 무릎을, 허벅지를 삼켰다.
버스에서 내린 시민이 물살에 휩쓸릴 뻔했고, 차량 위로 기어 올라간 사람들은 구조를 기다리며 빗속을 헤맸다.
그것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2026년 5월의 뉴욕에서 실제로 벌어진 풍경이었다.

https://youtube.com/shorts/StRS_hCqO6Q?si=ivm4-vHUXus_dI0I https://youtube.com/shorts/s0eAgfxMfXg?si=E4aFeIbyGlgYgaiz

예전에도 비는 내렸다.
여름이면 장마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비는 ‘날씨’였고, 지금의 비는 ‘재난’이다.
언젠가부터 기상 예보는 으레 ‘주의보’라는 말을 달고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자연의 변덕 앞에 더 이상 담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 숲은 여전히 화려하다.
그러나 그 빌딩 아래를 받치고 있는 오래된 하수관과 지하 인프라는
기후가 바뀌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00년에 한 번 올 폭우라던 경고는 이제 몇 년마다 반복되고,
도시는 조금씩 물에 잠기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진짜 두려운 것은 폭우 자체가 아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잠깐의 뉴스거리로 소비한 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망각 속에 있다.

우리는 늘 미래를 희생하며 현재를 편리하게 만드는 선택을 해 왔다.
숲을 밀어내고,
강을 콘크리트로 덮고,
에너지를 끝없이 소비하며,
‘설마 괜찮겠지’라는 낙관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희망사항을 존중하지 않는다.
자연은 오직 결과로만 대답한다.

어쩌면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는
폭염도, 홍수도, 태풍도 아닐지 모른다.
내일의 재앙을 알면서도
오늘의 이익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오만,
바로 그것이 가장 거대한 재난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랬다. 기후위기는 사기꾼의 농간일 뿐이라고.
그의 말에 따르면 100여개국의 정상들이 사기꾼의 농간에 놀아난 셈이다.
그는 그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른다. 그가 머무르는 곳에선 그 어떤 비극도 일어날 수 없으므로.

하지만 자연은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장 어찌할 수 없다고 최대한 늦춰 잡은 시한인 2050년의 지구 공멸을 막을 마지노선이 '차카게' 우리를 기다려 준다는 보장은 조물주도 이젠 해주지 않는다.

오후 늦게 퍼붓듯 폭우가 쏟아지고 맞은 밤은 불볕으로 달궈진 대지가 식어 한결 선선해져 있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감쪽같은 얼굴로 시치미를 떼는 이 정상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이젠 세살배기도 눈치 챘을 터이다.
내일이라도, 아니면 모레, 다음 주 그 언제라도 또 그 '변덕'에 앙앙불락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조금은 현명해졌는지 스스로 채점할 필요가 있다.
또다시 차 위로 기어 올라갈 것인지 우수관로를 서둘러 정비할 것인지, 나아가 이 우스꽝스런 '난리부르스'를 멈출 것인지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