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의 만혼(晩婚)이 출산율 저하와 상관 없나?
인기 예능들은 비혼을 '트렌디하고 괜찮은 삶의 형태'로 재정의했습니다. 이는 결혼을 고민하던 청년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면죄부'를 제공했습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19~34세 청년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36.4%로, 10년 전(2012년 56.5%)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급감했습니다. 셋 중 둘은 결혼에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셈입니다. 방송사들이 의도하진 않았을지라도, 결과적으로 대중의 가치관을 뒤흔든 '미필적 고의에 의한 해악'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방송 속 싱글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유를 즐깁니다. 문제는 그 장면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현실입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조사에 따르면 결혼에 드는 평균 비용은 3억 6,173만 원, 그중 주택비만 3억 408만 원에 달합니다. 미혼 남성의 42%가 결혼 의향이 없거나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그 첫 번째 이유는 '비용 부담'이었습니다. 2024년 기준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로 30년 전보다 6세 가까이 늦어졌습니다.
돈이 없어 결혼을 엄두도 못 내는 청년이 주말 저녁, 넓은 집에서 혼자 근사하게 요리를 해먹는 중견 연예인의 모습을 봅니다. 그 장면이 '비혼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든 안 하든, 결혼을 향한 마지막 의지마저 스러지게 만드는 효과만큼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미디어가 현실의 고통을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사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OECD 38개국 중 단독 꼴찌인 0.80명(2025년 잠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송사들은 자극적인 독신의 삶을 팔아 자본을 살찌워왔습니다. 이제는 의무감에서라도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월 소득 400만 원 이상 정규직 청년은 200만 원 미만 비정규직에 비해 결혼 이행 가능성이 3.83배 높습니다. 결혼을 가로막는 것은 가치관의 문제이기 이전에 구조적 현실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을 일구고 열심히 사는 진짜 청년 커플들을 발굴해야 합니다. 조건이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 맞서며 단단해지는 가족의 가치를 비추는 것, 그것이 시청률 너머 미디어의 진짜 사회적 책임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