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의 지잡대(?)
— 졸업하면 뭐 먹고 사나?
뉴욕시(New York City)에는 4년제 대학이 35개쯤 된다. 컬럼비아, NYU, 포덤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학교들이 있는가 하면, 브롱스 구석에 박힌 Monroe University나 스태튼아일랜드의 Wagner College처럼 뉴욕 토박이들도 "그게 어디야?" 하는 학교들도 있다. 그 학교들도 멀쩡히 존재하고, 거기 들어가는 학생들이 있고, 졸업장을 받는다. 그들은 졸업 후 무얼 해서 먹고 사는가?
이 질문을 한국으로 가져오면 이른바 '지잡대' 얘기가 된다. 인서울도 아니고, SKY는 꿈도 못 꾸고, 지방 중소도시 어딘가의 이름 없는 4년제 대학을 나온 청년들. 그들의 취업 현실은 어떤가?
졸업 후 6개월 내
취업·대학원 진학
(NACE 2024)
평균 취업률
(대학알리미 2025)
평균 취업률
(대학알리미 2025)
하향취업 비율
(뉴욕 연방준비은행 2024)
숫자만 보면 미국(86%)이 한국(65%)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 두 숫자는 사실 비교 자체가 어렵다. 측정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숫자 뒤에 숨은 현실은 이렇다. 미국의 3류대 졸업생들은 학위 수준에 상관없이 서비스업, 물류, 의료보조, 건설 등 생활 밀착형 직종에 비교적 쉽게 진입한다.
뉴욕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6달러(약 2만2천 원)로, 이 바닥에서도 풀타임이면 월 250만 원 이상을 번다. 학위가 없어도 먹고사는 바닥이 깔려 있다.
한국은 어떤가. 지방대 졸업생의 취업률이 가장 낮은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56.6%에 불과하다. 취업이 됐다 해도 중소기업 위주고, 대기업·공기업 문은 사실상 인서울 대학 출신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좋은 대학 나와야 좋은 직장'이라는 공식이 미국보다 훨씬 강하게 작동한다.
미국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더 따진다. 한국은 반대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첫 직장을 결정하고, 첫 직장이 이후 커리어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
미국의 이름 없는 대학을 나와도 간호사, 회계사, IT 기술자로 취업하는 데 학교 간판이 결정적 변수가 아닌 경우가 많다. 자격증과 실무 능력이 학벌을 앞서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한국은 반대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첫 직장을 결정하고, 첫 직장이 이후 커리어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 지잡대 졸업장은 취업 시장에서 명백한 핸디캡이다.
결국 숫자로 보면 미국 대졸자 취업률이 높아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도 하향취업의 늪이 깊다. 다만 한국의 지잡대 졸업생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미국의 3류대 졸업생들보다 훨씬 가혹하다. 대학 간판이 인생을 결정하는 자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사실 단순하다. 채용 방식을 바꾸면 된다. 학교 간판 대신 직무 능력을 보면 된다.
미국 기업들이 최근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스킬 기반 채용(Skills-Based Hiring)'이 그것이다. 학위 요건을 없애고, 포트폴리오와 실기 테스트로 사람을 뽑는 방식이다. 구글, 애플, IBM이 이미 학위 요건을 폐지했다.
한국도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을 시도했지만 반쪽짜리로 끝났다. 서류엔 학교 이름을 지웠지만 면접에서 어느 대학 출신인지 금방 드러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더 있다.
미국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에 더해 정년이 없다. 나이가 아니라 능력과 의지가 있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다. 나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연방법으로 금지돼 있다.
한국이 고령화와 청년 실업을 동시에 걱정하는 지금, 이 두 가지 — 블라인드 채용의 실질화와 정년 제도의 유연화 — 는 진지하게 참고할 만한 모델이 아닐까.
진짜 숙제는 이것이다. 지잡대 졸업생이 스펙이 아닌 실력으로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능력이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게 안 되면 한국의 저출생 문제도, 청년 절망도, 노인 빈곤도 해결되지 않는다.
대학 간판이 인생을 결정하고, 나이가 퇴장을 결정하는 나라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NACE 2024 · 대학알리미 2025 · 뉴욕 연방준비은행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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