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의 역설, 거꾸로 가는 미국의 경기호황

맨해튼의 하늘은 왜 더 높아지는가

— 고금리 시대, 꺼지지 않는 집값과 미국 경제의 이상한 호황

뉴욕 맨해튼의 하늘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크레인은 멈추지 않고, 유리로 덮인 빌딩들은 끝없이 위로 올라간다.


이미 충분히 높지 않은가 싶지만, 도시는 계속 더 높아지려 한다.

문제는 이 풍경이 단순한 개발 열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지금의 미국 경제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균형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마천루는 언제나 경고였다

경제학에는 ‘마천루의 저주’라는 개념이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이 등장할 때마다, 그 뒤에 경제 위기가 따라왔다는 경험적 관찰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대공황 직전에 완공됐고,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세워졌다.

부르즈 할리파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와 궤를 같이한다.


초고층 빌딩은 늘 하나의 신호였다.

돈이 너무 많아졌고, 낙관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신호.

그렇다면 지금 맨해튼의 초고층 붐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때 뉴욕을 밀어 올린 ‘중국 자본’

2010년대 중반, 뉴욕 집값 상승의 핵심 변수로 자주 거론된 것은 중국 자본이었다.


중국의 부유층은 뉴욕의 고급 콘도를 사들였다.

그 목적은 단순한 투자 수익이 아니었다.


자산을 달러로 옮기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안전한 금고’로서의 선택이었다.


실제로 일부 고급 주택은 비어 있는 채로 유지되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뉴욕 집값은 중국 자본이 끌어올린다”는 설명이 꽤 설득력을 가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상황은 다르다.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

헝다 그룹 사태로 대표되는 부동산 위기,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 이후 높아진 정치적 리스크.


이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중국 자본은 사실상 시장에서 크게 후퇴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중국 자본이 빠졌다면, 집값은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고금리인데도 집값은 버틴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높은 수준이다.

이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한 긴축 정책을 유지해 왔다.


상식적으로라면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내려야 한다.

대출이 줄고, 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은 다르게 움직인다.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집이 없다

뉴욕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공급이다.


• 규제는 엄격하고

• 건설 비용은 높으며

• 인허가는 느리다

결국 집을 충분히 지을 수 없다.


여기에 ‘락인 효과’까지 더해진다.

낮은 금리로 집을 산 사람들은,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집을 팔지 않는다.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매물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돈은 여전히 뉴욕으로 몰린다

중국 자본은 줄었지만, 돈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자리를 다른 자본이 채웠다.


미국의 초고자산가,

중동의 국부펀드,

유럽의 투자 자금.


뉴욕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 시장 중 하나다.

법적 안정성,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 그리고 상징성.


이 세 가지는 자본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진짜 핵심은 따로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다.


정부다.


현재 미국 경제는 고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막대한 재정지출이 있다.


정부는 계속해서 빚을 내고, 그 돈으로 경제를 떠받친다.


그 결과 국가채무는 빠르게 증가하여 39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자 비용은 연간 1조 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이제 미국은 성장을 위해 빚을 내는 것이 아니라,

빚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구조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마천루는 계속 올라간다

이제 다시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을 바라보자.


그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과잉 유동성,

막힌 공급,

글로벌 자본,

그리고 국가 재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과거에는 마천루가 위기의 전조였다면,

지금은 위기 속에서도 유지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에 가깝다.


결론: 높아지는 것은 빌딩만이 아니다

맨해튼의 하늘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함께 올라가고 있는 것이 있다.

국가채무, 이자 부담, 그리고 경제 구조의 불균형이다.


중국 자본이 빠져나갔음에도 집값이 버티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겉보기에는 강하지만

속으로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경제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맨해튼의 끝없이 올라가는 빌딩들인지도 모른다.


*** 어제 밤새워 만든 "화려한 맨하튼의 마천루" 를 소개했던 것은 이 글을 쓰기 위해 펼쳐둔 '멍석'인 셈입니다. 수천만 달러를 호가하는 초호화 콘도들이 불티나게 팔리는데도 서민들의 '내집마련'이라는 소박한 꿈은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현실의 원인을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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