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렌트비 중간선이 3,600불이라고?
맞벌이 연봉 20만 달러.
숫자만 들으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 정도 벌면 잘사는 거 아니냐?”
하지만 오늘날 뉴욕에서 그 말은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
세금을 떼고, 연금(401K 등)을 넣고, 건강보험료를 떼고 나면 통장에 남는 돈은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진다. 렌트비와 식비, 자동차 보험과 교통비, 전기요금과 휴대폰 요금이 숨 가쁘게 월급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문득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 불안은 가난한 사람들의 불안이 아니다. 오히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며 미국 사회의 탄탄한 중간층을 떠받쳐온 사람들이 느끼는 실존적인 공포다.
팬데믹이 바꾼 집값과 무너진 내 집 마련의 꿈
팬데믹 이전만 해도 많은 미국 중산층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2%대 모기지 금리로 사전승인(pre-approval)을 받아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보러 다녔던 동료가 있었다.
뉴욕 외곽(교외지역)에는 40~50만 달러 선의 괜찮은 집들도 존재했다. 조금만 더 아끼고 모으면 ‘우리 집’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그러나 팬데믹 이후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45만 달러 하던 집은 어느새 75만 달러가 되어 있었고, 2%대였던 금리는 7%로 뛰어올랐다.
표면적인 집값은 50%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금리 인상까지 더해진 실제 매수 부담은 그보다 훨씬 더 컸다. 월 모기지 납입 부담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결국 많은 중산층들이 집 구매를 포기했다. 그 중 한 명이 위에서 언급한 내 동료다.
부동산의 본질: 낡아가는 집이 더 비싸지는 이유
그 사이 렌트비도 폭등했다. 뉴욕의 평균 렌트($3,650.00)는 이제 평범한 직장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문제는 집이 새것이라서 비싼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오래되고 낡은 건물도 계속해서 값이 오른다.
자동차는 시간이 지나면 감가상각이 되는데, 뉴욕의 집은 왜 낡아갈수록 더 비싸지는가?
맨해튼 접근성, 촘촘한 지하철망, 직장 밀집도, 병원과 학교, 그리고 안전한 동네.
뉴욕의 렌트비는 벽지나 바닥의 가치가 아니라, 이 거대한 도시에 머무를 수 있는 '입장권 가격'인 셈이다.임금 인상과 물가 폭등의 악순환
문제는 임금이 그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노동조합은 강력하게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3년 동안 20% 인상’안이 타결된다면 연평균 6~7% 수준이다. 얼핏 보면 매우 큰 숫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 물가는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팬데믹 전에 7달러 선이던 패스트푸드 아침 메뉴는 이제 10~15달러를 줘야 한다. 점심 한 끼는 20달러가 기본이 되었다. 월세와 각종 보험료는 이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오른다. 그래서 현장의 노동자들은 허탈하게 묻는다.
실제로 지금 미국 사회는 그런 악순환의 문턱에 위태롭게 서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당장의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은 늘어난 인건비를 핑계로 다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린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중산층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등
이 현상은 이제 단순한 경제 지표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 전반을 흔드는 심각한 경고다.
미래가 불안한 젊은 세대는 출산을 포기하고, 열심히 일하는 맞벌이 부부는 집 구매를 접는다.
안정적이어야 할 은퇴 계획은 점점 안개 속처럼 불확실해진다.
연봉 20만 달러라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돈을 벌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는 이미 시스템에 치명적인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중동 전쟁 통에 기름값이 또 엄청 올랐다.
당연히 물가도 또 오를 것이다.
그건 언제나 처럼 오른 값 만큼 중산층의 호주머니를 더 많이 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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