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제 다시 설계해야
부동산 불패 신화의 공범들 —
버티기 다주택자와 기울어진 세금 구조
2026년 5월 10일, 4년간 이어져 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마침내 종료됐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였다. 그리고 20여 일이 지났다.
그러자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았다. 하루 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 1,200건이 사라졌다. 팔린 게 아니다. 내놓았다가 거둬들인 것이다. 이른바 '버티기'의 시작이었다.
그 버티기의 논리는 단순하다. "세금이 너무 많으니 안 판다." 3주택자 기준으로 기본세율에 30%포인트가 추가되면, 시세 차익의 절반 이상이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값이 두 배는 올라야 손익분기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니 팔지 않고 버티다가, 증여로 자녀에게 넘기거나, 다음 정권이 또 유예해주길 기다린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악용'하는 자들
자본주의는 재산권을 보호한다. 집을 여러 채 가질 자유도 있다. 누구도 그 원칙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기능하려면 시장이 순환해야 한다. 물건이 돌아야 한다. 사고팔고,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야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다.
지금 한국의 다주택자 버티기는 그 순환을 의도적으로 막는 행위다. 주택은 생필품이다. 그것을 여러 채 움켜쥔 채 세금이 내려올 때까지 내놓지 않겠다는 전략은, 시장의 룰을 이용해 시장 자체를 교란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자유를 향유하면서, 자본주의의 책임은 거부하는 이중성이다.
더 가혹하게 말하면 이렇다. 이들의 버티기가 낳는 결과는 매물 감소, 전·월세 가격 상승, 무주택 서민의 고통이다. 내 이익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주거권을 볼모로 잡는 행위다. 이것을 단순히 '합리적 경제 행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동산 불패' 신앙의 민낯
한국에서 '부동산 불패'는 오랫동안 신앙에 가까웠다. 강남 아파트는 어떤 정권이 와도, 어떤 정책을 써도 결국 오른다는 믿음. 그 믿음 위에서 투기가 반복됐고, 정책이 무력화됐고, 집 없는 사람들은 세입자로 전락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신앙의 수혜자들이 가장 큰 목소리로 '시장 자유'를 외친다는 점이다. 양도세 완화를 요구하고,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며, 규제를 걷어내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집값이 떨어질 위기에 처하면 정부 개입을 요구한다. 자유는 오를 때만 반기고, 국가는 떨어질 때만 찾는다. 이 에고이즘(egoism)을 경제 논리라는 포장지로 감싸왔을 뿐이다.
문제의 뿌리: 뒤틀린 세금 구조
그렇다면 왜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가. 세금 구조가 잘못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거래세(양도세·취득세)는 무겁고, 보유세는 터무니없이 가볍다. 이 구조는 필연적으로 '버티기'를 유도한다. 파는 순간 세금 폭탄을 맞으니,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안 파는 것'이 된다.
한국: 0.15% (OECD 최하위권)
OECD 평균: 0.33%
일본: 0.49%
영국: 0.72%
미국: 0.83% (평균, 뉴저지주는 2.42%)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미국의 약 1/5 수준이다.
미국에서 뉴욕 인근에 집을 가진 사람은 매년 집값의 1~2%를 재산세로 낸다. 뉴욕 외곽의 최소한의 주택이 50만 달러, 보통 수준이면 70만 달러는 족히 넘는다. 70만 달러짜리 집이라면 매년 7,000~14,000달러, 한화로 1,000만~2,000만 원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텅 빈 채로 방치하거나 투기 목적으로 묵혀두면 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팔거나 임대를 놓는다.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 순환이 이루어진다.
한국은 반대다. 집을 갖고 있어도 거의 세금이 없다. 버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반면 팔면 막대한 양도세가 기다린다. 이 구조 속에서 다주택자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은 언제나 '버티기'다. 이건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인센티브의 문제다. 잘못된 세금 구조가 잘못된 행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해법: 보유세를 현실화하고 양도세를 풀어라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뒤집으면 된다. 지금껏 거꾸로 설계된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다.
첫째, 다주택 보유세를 미국 수준으로 현실화한다. 집값 대비 연 1% 안팎의 보유세를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면 어떻게 되는가. 서울 15억짜리 아파트를 3채 가진 사람이라면 매년 4,5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버티기의 비용이 생긴다. 버티다가 다음 정권을 기다리는 전략이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
둘째, 다주택자 양도세를 동시에 완화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보유세만 올리고 양도세를 그대로 두면 다주택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오히려 매물이 더 잠긴다. 양도세를 낮춰줌으로써 '이제 팔아도 그다지 손해 보지 않는'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 보유 비용은 높이되, 출구는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다주택자들이 자발적으로 집을 내놓게 된다.
셋째, 은퇴 실거주자 보호 장치를 병행한다. 비판론자들은 반드시 이 문제를 거론한다. "강남 집 한 채에 사는 노인은 어쩌냐"고. 합리적인 지적이다. 그러므로 1주택 실거주자, 특히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에게는 보유세 감면이나 납세 유예 제도를 두면 된다. 이미 미국 여러 주에서 시행 중인 방식이다. 정책은 섬세하게 설계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들
이 해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같은 이야기를 해왔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토지 단일세론의 헨리 조지도, 방향은 같다. 보유세로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을 순환시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해법은 번번이 좌절된다. 이유는 하나다. 집을 가진 사람이 유권자의 다수이기 때문이다. 어떤 정권도 표가 되는 정책만 만든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진짜 공범은 어쩌면 우리 모두인지도 모른다. 집이 있으면 더 오르길 바라고, 없으면 언젠가 사기를 원하는 — 그 욕망의 집합이 오늘의 시장을 만들었다.
버티기 다주택자들의 도덕성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느냐고.
뉴욕에서 40년 가까이 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이곳의 부동산도 만만치 않다. 맨해튼 집값은 서울 못지않다. 그러나 적어도 재산세만큼은 공평하게 걷는다. 빈 집을 놀리면 세금이 쌓인다. 그것이 시장을 억지로나마 순환하게 만드는 힘이다. 한국도 그 단순한 원칙 하나만 제대로 세운다면, 30년 묵은 부동산 고질을 풀 실마리는 충분히 있다. 문제는 언제나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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